2022년 09월 25일

멸종위기 ‘흑표범’이 자신을 죽인 인간에게 심판을 내렸다

멸종위기종인 흑표범을 사냥해 잡아먹은 혐의로 태국 건설 재벌이 감옥에 가게 됐다. ‘유전무죄’가 만연한 태국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쁘렘차이 회장이 ‘흑표범의 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지 시간으로 8일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태국 대법원은 흑표범을 비롯한 야생동물을 밀렵한 혐의를 받는 쁘렘차이 까르나수타 이탈리안-타이 개발(ITD) 회장에게 가석방 없는 징역 3년 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ITD는 32개 계열사를 가진 태국의 거대 건설기업이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방콕의 지상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체포 당시 쁘렘차이회장과 일행들 [사진=통야이 국립공원]

2018년 2월 3일 쁘렘차이 회장 일행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태국 퉁야이 나레수안 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종인 흑표범과 사슴, 꿩 등 야생동물을 밀렵했다. 민간인 출입이 어려운 이 곳에 ‘자연학습’을 한다며 출입 허가를 받고 들어가 벌인 일이었다.

당시 총소리를 듣고 출동한 국립공원 직원들은 쁘렘차이 회장 일행을 찾았고, 이들로부터 3정의 사냥총과 수백발의 탄창을 압수했다.

직원들이 출동했을 때 흑표범은 도륙돼 가죽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회장 일행은 흑표범을 수프로 끓여 먹다 적발된 것이다.

가죽만 남아있던 흑표범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살생은 불경한 행위다. 환경단체와 태국 시민들은 쁘렘차이 일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현지 경찰은 쁘렘차이 회장의 집에서 여러 정의 총기와 4개의 대형 코끼리 상아를 찾아냈다. 이에 경찰은 혐의를 추가해 쁘렘차이 회장을 포함한 4명 전원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동행한 가이드에게는 3년 5개월 징역을 선고했는데 정작 쁘렘차이 회장에게는 고작 1년 4개월의 징역을 선고했다. 게다가 쁘렘차이 회장은 2심을 앞두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됐다.

이 소식을 들은 태국 누리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촛불시위하는 태국시민들
시민들이 그린 벽화

거센 여론에 결국 태국 대법원은 쁘렘차이 회장에게 가석방 없는 징역 3년 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징역형 외에도 200만 바트(한화 약 7천만 원)의 벌금을 납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와 함께 체포된 운전사와 사냥꾼 또한 징역형과 벌금을 선고받았다.

태국 사법부가 재벌에게 실형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대법원 재판 출석 당시 쁘렘차이 회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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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기자
bekobongpo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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