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25일

“옷 벗겨 사진 찍고 뽀뽀” 죽음으로 내몰린 36세 노동자의 유서

국내 중견 철강회사 세아버스틸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36살 노동자가 남긴 유서와 25분 분량의 영상을 유가족이 뒤늦게 공개했다. 공개된 유서에는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한 흔적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지난 2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었던 유 씨는 2018년 11월 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의 세워진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장 앞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서며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2012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유 씨는 정규직이 된 이후 승진까지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발견 당시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의 영상과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유서가 있었다. 유서에는 상사들로부터 당했던 성추행과 괴롭힘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유 씨가 입사한 지 두 달째였던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강팀 동료들과의 야유회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에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9명의 모습이 담겼다. 이 중 2명만 옷을 입고 있고, 유 씨를 포함한 나머지 사원들은 발가벗은 채 손으로 가랑이만 가리고 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입사 두 달 된 막내 유 씨는 다른 사원들 뒤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다. 유 씨는 해당 사진을 두고 “지 모 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다.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지씨는 사진에서 옷을 입고 있는 2명 중 한 명으로 반장급이다. 유 씨는 입사한 직후부터 지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지목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유서에서 유 씨는 “지씨가 입사한 달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라고 주장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또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쯤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등 구체적인 성추행 기록도 적어뒀다. 그러면서 유 씨는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라고 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뿐만 아니라 지씨는 유 씨가 2014년 무렵 뇌종양의 일종인 ‘청신경종양’으로 큰 수술을 받을 때도 면박을 줬다고 했다. 유 씨 유서엔 “고함치듯 소리가 들려온다. 너 뇌종양이야?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왜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하고, 위로는 못 할망정 상처를 주는지…”라고 적혔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작업할 때 소음이 심한 부서라 청력 저하로 힘들어하던 유 씨가 부서를 바꿔 달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유 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자세한 정황은 이야기하지 않고 “너무 힘들다. 나를 욕하고 나를 괴롭힌다”라는 식의 이야기만 전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유 씨는 야유회 사진 속 옷을 입고 있는 나머지 한 명인 조 씨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 등의 이야기도 있었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이어 인사팀 송 모 차장에 대해선 절차대로 쓴 연차를 문제 삼거나, “귀는 잘 들리냐” 확인하면서 귀에 체온계를 강제로 꽂았다고 적는 등 6년간 당했던 일들을 낱낱이 기록했다.
 
유 씨는 “쓰레기 같은 벌레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라며 후배들에게 남긴 말로 글을 끝냈다.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은 유 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 인정했고, 유족은 지 씨와 조 씨를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은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라며 처벌할 수 없다며 결론을 내렸다.
 
최근 유족들은 검찰에 재조사를 해 달라며 항고장을 내고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MBC 보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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