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02일

오물범벅 2평 철창, 탈출하다 죽거나 안에서 죽거나…’반달가슴곰’ 잔혹사

용인의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이 탈출한 사건 당시 70대 농장주가 자신의 불법 도축 사실을 숨기고자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A씨는 지난 7월 6일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의 한 곰 사육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가 사라졌다고 용인시에 신고했다.

이에 시와 환경부 등은 즉각 포획팀을 꾸리고 수색에 나서 2시간여 만에 반달가슴곰 1마리를 발견해 사살했다.

또 나머지 1마리 행방을 찾기 위해 소위 ‘지리산 곰 전문가’로 불리는 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 소속 연구원과 수의사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 포수를 비롯해 무인트랩과 열화상감지기 등 장비까지 투입하는 등 수색에 총력을 기울여도 3주 동안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같은 달 26일 해당 농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이 2마리가 아닌 1마리였다”는 농장주의 자백을 받아냈다. 탈출 사건 전 곰 한마리를 불법 도축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는 8월에도 한 차례 더 불법도축을 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17일 방송된 SBS ‘TV 동물농장’ 방송 캡처

한편 A씨는 지난해 6월 12일에 다른 반달곰들이 보는 앞에서 곰쓸개 등을 채취하기 위해 반달곰을 도축하고, 웅담을 채취한 뒤 사체를 폐기 처분하지 않고 지방, 곰 발바닥 등을 추가로 채취한 혐의(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심 선고 이후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는 와중 또 같은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A씨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박정우)는 지난 15일 A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수차례 벌금형의 처벌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며 “오래전부터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사육하고 현재도 상당수의 반달가슴곰을 사육하는 사람으로 생명 존중에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MBC 2021.07.06 뉴스데스크 캡쳐

문제의 농장은 지난 7월에도 열악한 시설에서 고통받고 있는 곰들의 모습이 뉴스로 보도된 바 있다. 이에 ‘용인시 곰 사육장의 곰과 사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자는 “농장에 방치된 15마리의 곰과 5마리의 사슴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 곰 농장에서 반달사슴곰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당하는 일이 뉴스에 보도됐다”며 “이러한 일들이 마음에 걸려 곰이 탈출했었던 농장을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가게 되었고 농장의 열악한 실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오물과 배설물로 가득한 땅, 숨을 쉴 수 없는 악취, 밥은 물론 물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어 있는 철장을 보았다”며 “찌는듯한 더위에 아이들(곰, 사슴)은 거의 죽기 일보직전 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처절했다”고 전했다.

2021년 지구상에서 아직까지 웅담 채취용으로 곰 사육과 도축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단 2곳뿐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는 중성화를 시행하여 사육 곰 증식은 공식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에 ‘웅담 채취용’ 사육 곰은 400여 마리가 남아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곰들의 처분은 농가의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한 구속된 농장주 A씨가 벌인 이 같은 사건은 언제든 다른 곳에서도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좁은 철창 안에서 잔반으로 생을 연명하다 죽거나 탈출하다 죽거나, 사육 곰들의 비극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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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여진 기자
zzzni0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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