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친누나가 현장에 남은 증거를 토대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직접 범인을 잡아냈다.
2일 전북 익산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6시 30분쯤 익산시 어양동의 한 도로에서 피해자 A 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토바이에 치였다.
A 씨는 잠시 정신을 잃었고 사고를 목격한 행인들이 모여들자 오토바이 운전자(뺑소니범)는 “잠시 전화하고 오겠다”라며 자리를 뜬 뒤 잠적했다. 뺑소니범은 오토바이와 헬멧을 둔 채 그대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A 씨는 손가락이 골절되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사고 이후 동생의 큰 부상에도 경찰 조사는 생각보다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답답함을 느낀 A 씨의 누나 B 씨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는 뺑소니범이 남기고 간 오토바이와 헬멧뿐이었다.
뺑소니범이 현장에 버리고 간 헬멧을 보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헬멧을 구매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한 B 씨는 당근 마켓에 접속해 이와 비슷한 헬멧을 검색했고 검색 끝에 똑같이 생긴 헬멧이 누군가에게 팔려간 사실을 발견했다.

팔린 헬멧의 생김새와 사이즈 등이 사고 현장의 헬멧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B 씨는 이를 팔았던 사람과 연락해 구매자의 당근 마켓 아이디를 알아낼 수 있었다.
뺑소니범이 현장에 두고 간 오토바이도 단서가 됐다. B 씨는 사고 현장의 오토바이 사진을 촬영해 당근 마켓에 올려 “뺑소니범을 잡으려 하는데 이 오토바이를 본 적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라는 글을 올렸다.
얼마 후 “같은 오토바이가 과거 매물로 올라왔던 것을 봤다”라는 이용자가 나타났고 그 이용자로부터 “예전에 저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글이 올라와 (오토바이 주인과) 연락을 했다”라며 당시 판매 글을 캡처한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확인해 본 결과 오토바이 판매자는 헬멧을 구매했던 구매자였다.

해당 이용자를 뺑소니범이라 확신하고 물건을 거래하는 것처럼 위장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뺑소니범은 메시지를 받자마자 “뺑소니 사고를 당하신 분이냐”라고 묻더니 범행을 자백했다.
B 씨는 “범인은 미성년자였는데 내가 뺑소니범을 찾겠다고 올렸던 글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고 당시에는 무서워서 도망 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경찰 측에 뺑소니범의 당근 마켓 아이디, 연락처, 진술 등을 받아 직접 제출했다. 경찰은 B 씨가 지목한 사람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결국 그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B 씨와 가족 측에 사과했다. 다만 가해자는 미성년자로, 운전자 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가해자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